뉴스

[박순욱의 술기행] “금정산성막걸리, 술 좀 마시는 꾼들의 술이죠.”

본문

부산 유일의 산성인 금정산성 중턱에 자리잡은 금정산성 마을에는 500년 동안 전통방식으로 누룩을 빚고 있는 누룩공장이 있다. 그리고 그 누룩공장에서 만든 누룩으로 막걸리를 생산하는 양조장이 500여m 떨어진 곳에 있다.

유한회사 금정산성토산주. 이 막걸리 양조장의 정식 명칭이다. 그러나 이 이름보다는 ‘금정산성막걸리’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군수기지 사령관으로 근무 당시부터 즐겨 마셨다는 막걸리다. 그러나, 정식 양조장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법에 양조장 지역제한 규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애석하게 생각한 정부는 1979년, 대통령령(제9444호)으로 금정산성막걸리를 우리나라 최초의 민속주로 지정했다. 이로써, 국가로부터 특별 양조 허가를 받은 금정산성막걸리 양조장은 1980년,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연합 양조장을 설립, 지금에 이르고 있다. 지금의 금정산성토산주 양조장은 ‘유한회사’ 성격으로 마을 주민 100여명이 공동 주주 역할을 하고 있다. 유청길 현 대표가 1997년부터 25년간 대표를 맡고 있지만 그는 ‘월급장이 사장’일뿐, 금정산성토산주는 그의 개인 회사가 아니다.

금정산성 막걸리 제1양조장 전경. 막걸리 모양의 간판이 이색적이다. /박순욱 기자

금정산성 막걸리 제1양조장 전경. 막걸리 모양의 간판이 이색적이다. /박순욱 기자 

금정산성막걸리를 지금의 금정산성막걸리로 만든 것은 8할이 누룩이다. 금정산성막걸리는 병당 가격이 2000원 정도인 대중 막걸리다. 그럼에도, 전국 막걸리 양조장 중 국내 유일하게 직접 만든 전통누룩으로 2000원대 가격의 막걸리를 빚는다. 가격이 1만원이 넘는 프리미엄 막걸리조차 개량누룩으로 술을 빚는 현실과는 지극히 대조적이다.

지금도 이곳 금정산성막걸리 근처 누룩공장에는 500여개의 전통 밀누룩을 매일 만든다. 70~80대 할머니들이 직접 발로 디뎌 둥근 모양의 누룩을 만든 다음, 일주일간 누룩방에서 발효를 거쳐 누룩을 완성한다. 그렇다고 곧바로 술 원료로 쓰이는 것은 아니다. 발효가 끝나, 누룩꽃이 활짝 핀 누룩은 한장 한장 펴서 다시 2~3일 정도 햇볕에 바짝 말린다. 이 과정을 법제라고 하는데, 살균효과를 위해서다.

그런데, 금정산성 누룩은 법제 후에도 창고에서 한달 정도 더 건조과정을 거친 뒤에야 술 원료로 투입된다. 거의 40일 동안 누룩을 말린 뒤에 술 빚는데 사용할 정도로 정성과 시간을 기울인다. 유청길 대표는 “워낙 오랫동안 누룩을 건조시키기 때문에 발효 탱크에서 누룩이 물을 엄청 빨리, 많이 흡수했다가 다시 토해낸다”며 “이 과정에서 누룩 속 다양한 미생물들이 술에 자연스럽게 배어, 금정산성막걸리의 진한 맛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금정산성 막걸리 유청길 대표가 자사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박순욱 기자

금정산성 막걸리 유청길 대표가 자사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박순욱 기자 

금정산성막걸리 취재에 나선 길이지만, 양조장을 둘러보기에 앞서 누룩공장을 먼저 찾았다. 금정산성막걸리 유청길 대표의 안내를 받았다. 유 대표는 2013년 국내 처음으로 ‘막걸리 분야’ 식품명인으로 지정된 분이다. 지금도 막걸리 명인은 유 대표가 유일하다. 누룩공장은 유 대표 가족 회사다.

‘유가네 누룩’ 공장은 금정산성막걸리 제1 양조장에서 500여m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 금정산성 일대에서 누룩을 빚기 시작한 것은 1000여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고 하니, 이곳 막걸리 역사보다 훨씬 오래다. 금정산성에서 머지 않은 사찰인 범어사에는 신라시대, 더 나아가 삼국시대부터 금정산성 인근에서 누룩을 빚어왔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유청길 대표 집안에서만 누룩을 이곳에서 빚은 세월만 500년에 달한다고 하니, 금정산성 일대는 우리나라 ‘전통누룩의 성지’나 다름없는 곳이다.

누룩공장 안으로 들어가니 할머니 너덧 분이 발로 둥글게 누룩을 빚고 있었다. 통밀을 거칠게 빻은 후 물, 밀가루와 섞은 누룩 반죽을 소분해 ‘피자 도우’ 모양의 누룩을 만든다. 이를 ‘누룩 족타법’이라고 한다. 발로 압력을 줘서 둥글게 만든 다음, 마무리 단계에서는 발로 톡톡 쳐서 모양을 완성한다. 가장 자리는 중간 부분보다 다소 두껍게 만든다. 가장 자리에 수분이 상대적으로 많게 해서 누룩꽃이 골고루 피도록 하는 과학이 ‘누룩 금형’에 숨어 있다. 이렇게 만드는 누룩이 하루에 500여개 정도.

금정산성 누룩을 할머니들이 직접 발로 밟으며 금형작업을 하고 있다. 하루 생산량은 500여개. /박순욱 기자 

금정산성 누룩을 할머니들이 직접 발로 밟으며 금형작업을 하고 있다. 하루 생산량은 500여개. /박순욱 기자 

그 다음은 누룩방이다. 금형(둥글게 모양을 잡는 것)이 끝난 누룩은 연탄불로 온도를 조절하는 누룩방에서 7일간 발효과정을 거친다. 유 대표의 안내로 들어간 누룩방에는 발효 중인 누룩 수백 개가 희고 노란 곰팡이꽃이 핀채 얌전히 누워 있었다. 유 대표가, 이중 하나를 들어 툭툭 치니, 곰팡이 균이 연기처럼 사방에 흩어진다. 이런 다양한 곰팡이 균들이 결국 막걸리의 맛과 향을 결정한다. 이 전통누룩에 대한 유 대표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2000~3000원 하는 막걸리에 전통 누룩을 쓰는 곳은 이곳 금정산성막걸리밖에 없습니다. 이게 진짜배기 전통누룩, 수제누룩입니다. 흔히 입국, 개량누룩이라고 부르는 누룩들은 공장에서 대량생산하는 것들입니다. 기계로 누룩을 찍어내는 공장에서는, 발효과정에서도 술 맛과 향을 좌우하는 곰팡이 균들을 누룩 위에 뿌립니다. 금정산성 누룩은 곰팡이 균들이 어떻게 달라붙을까요? 그대로 놔둡니다. 일주일 정도 누룩방에서 적당한 온도와 습도 하에 두면 공기 중의 미생물, 곰팡이 균들이 날아가 누룩에 흡착됩니다. 그러다 보니, 전통누룩은 품질이 다소 들쑥날쑥합니다. 같은 장소에서 발효를 거치더라도 날씨나 습도 등 자연조건에 따라 미세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을 ‘전통누룩의 단점’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오히려 전통누룩만이 갖는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장에서 만든 똑같은 개량누룩을 쓴 막걸리는 부산 막걸리든 서울 막걸리든 맛이 똑같습니다. 다만 어느 제품이 더 달고, 덜 달고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든 재래식 누룩으로 만든 금정산성막걸리는 다른 막걸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맛과 향의 ‘깊이’가 있습니다.”

금정산성 막걸리 유청길 대표가 누룩방에서 발효가 거의 끝난 누룩을 들어보이고 있다. 국내 유일의 수제 누룩방인 이곳은 연탄불로 온도를 조절한다. /박순욱 기자 

금정산성 막걸리 유청길 대표가 누룩방에서 발효가 거의 끝난 누룩을 들어보이고 있다. 국내 유일의 수제 누룩방인 이곳은 연탄불로 온도를 조절한다. /박순욱 기자 

금정산성막걸리의 정체성은 ‘신맛’이다. 이 신맛은 결국 전통누룩에서 기인한다. 그런데, 신맛을 누구나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싫어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그래서 금정산성막걸리의 ‘신맛’은 외연 확장(매출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도대체 전통누룩을 쓴 막걸리에서 왜 신맛이 나는 걸까? 유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전통누룩은 제조 과정에서 여러 잡균이 많이 생깁니다.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잡균이 많다는 것은 유산균 함량이 엄청 풍부하다고요. 그래서 우리 술은 다소 신맛이 강합니다. 맛이 빨리 십니다. 그냥 놔두면 식초가 됩니다. 유통기한도 20일로, 다른 술에 비해서는 좀 짧은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술을 잘 모르는 분들은 한잔 맛을 보고 나서는 ‘술맛이 왜 이렇게 시지? 벌써 상한 거 아냐?’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사실, 신맛이 좋다는 분들보다는 다소 부담스럽다는 분들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주력 제품인 8도 막걸리 외에 6도, 5도 제품도 내놓았습니다. 도수가 다소 낮은 제품은 신맛도 훨씬 덜합니다.”

그러나, ‘술꾼들의 사랑방’ 전통주점 반응은 금정산성막걸리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이다. 국내 최대 전통주 전문점인 서울 백곰막걸리에서도 금정산성막걸리는 인기 상품이다. 전체 막걸리 판매 10위권 안에 든다. 백곰막걸리 이승훈 대표의 평가 역시 호의적이다. “프리미엄 막걸리들이 유행하기 이전부터 술꾼들 사이에선 금정산성막걸리가 맛있다는 사람이 꽤 많았다. 그 이유를 알아보니, 기존 일반 막걸리는 6도인데 비해, 금정막걸리는 8도로, 그만큼 물을 덜 타서 농밀하다는 것이다. 또, 달고 탄산감이 도드라진 대중막걸리에 비해 적당한 신맛이 입에 짝 붙어, 한식 안주와 궁합이 잘 맞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누룩공장을 나와 다시 제1양조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1974년부터 양조장으로 쓰였다는 이곳은 원래는 목욕탕 용도로 지었다가 동네 사람들의 권유로 유 대표 부친이 양조장으로 운영한 곳이라고 한다. 쿰쿰한 냄새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발효실 탱크에서는 막걸리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달콤한 향과 함께 독특한 신맛도 코로 느껴졌다. ‘부산의 명물’ 이곳 금정산성막걸리는 꾸준히 수요가 늘어, 현재는 인근에 제2 공장까지 가동 중이다.

금정산성 막걸리 유청길 대표가 양조장에서 발효 중인 막걸리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전통누룩을 사용, 개량 입국을 사용하는 막걸리보다는 누룩이 물을 많이 흡수했다가 다시 토해내기 때문에, 누룩이 머금고 있는 다양한 미생물들이 막걸리 향으로 나타난다. /박순욱 기자

금정산성 막걸리 유청길 대표가 양조장에서 발효 중인 막걸리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전통누룩을 사용, 개량 입국을 사용하는 막걸리보다는 누룩이 물을 많이 흡수했다가 다시 토해내기 때문에, 누룩이 머금고 있는 다양한 미생물들이 막걸리 향으로 나타난다. /박순욱 기자 

금정산성막걸리가 유명해진 첫번째 계기는 박정희 전 대통령 덕분이다. 박 전 대통령은 부산에 본부가 있는 군수기지 사령관으로 재직 시, 이곳 금정산성을 찾아 산성막걸리를 즐겨 마셨다고 한다. 그런데, 이곳 산성막걸리는 당시만 해도 ‘밀주’였다. 양조장 허가를 받지 않았지만, 생계 차원에서 막걸리를 빚는 집들이 수십곳에 이르렀다. 금정산성 일대는 오래 전부터 막걸리의 주된 재료인 전통누룩을 빚어온데다, 해발 400여 m에 위치해 양조장이 들어서기에는 ‘최고의 입지’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주위를 둘러싼 산이 깊어, 수량이 풍부하고 수질 역시 술 만들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금정산성의 ‘정’자가 우물이란 뜻이다. 그만큼 물이 많고 좋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정식 양조 허가를 받지 않은 밀주라는 사실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청와대는 대통령령으로 금정산성막걸리를 국내 최초의 민속주로 지정해, 양조장을 양성화시켰다. 그것이 1979년, 안타깝게도 박 전 대통령이 10.26 사태로 서거한 바로 그해였다.

어쨋든 양조장 허가를 받게 된 걸 계기로, 금정산성 마을 주민들은 집집마다 별도로 만들던 막걸리를 통합해서 ‘금정산성막걸리’라는 마을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이듬해 1980년 유한회사 금정산성토산주라는 양조장이 정식 출범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서거로 금정산성막걸리 마케팅 동력이 급속히 상실돼, 회사 경영은 신통찮았다. 주식도 절반 가량 외부로 넘어가고 술 판매량도 늘지 않았다. 금정산성막걸리의 유청길 대표는 이런 배경 하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연세 지긋한 동네 어르신들이 ‘거의 억지로’ 유청길 당시 마을 청년회장을 양조장 대표로 앉혔다고 한다. 유 대표는 “동네에서는 드물게 대학 나왔다는 이유로, 마을 어른들이 마을 사업을 이것저것 내게 다 시켰다”고 말했다. 1997년 양조장 대표로 취임한 그는 당시 하루 술 매출량 60L(리터) 이던 실적을 2022년 현재는 하루 6000L(리터)로 키웠다. 단순 계산으로는 대표를 맡은 지 25년만에 100배 정도 매출을 키웠다는 얘기다. 현재 금정산성 막걸리의 연간 매출은 25억~30억에 이른다. 막걸리 전문 양조장 실적으로는 ‘전국 중상급’이다.

금정산성 막걸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즐겨 마셨다. 박 대통령의 각별한 애정 덕분에 1979년 '민속주 1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박순욱 기자

금정산성 막걸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즐겨 마셨다. 박 대통령의 각별한 애정 덕분에 1979년 '민속주 1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박순욱 기자 

유 대표는 사범대학을 나와 교편을 잠시 잡았다가, 10여년간 직장생활을 했다. 또, IMF(외환위기) 직전, 직장을 때려치우고, 고향 마을에서 식당을 막 창업했다가 갑자기 양조장 대표를 맡았다. 어머니가 ‘500년 집안 가업’이었던 누룩 만드는 걸, 어릴 적부터 어깨 너머로 봐왔지만, 실제로 누룩을 만들지도 않았고, 막걸리 양조는 더더군다나 해본 적이 없는 그는 어떻게 양조장 대표를 덥썩 맡아, 25년만에 매출을 100배나 키웠을까?

“동네 어르신 권유로 할 수 없이 양조장 대표를 맡았지만, 처음엔 밤에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말이 회사지, 재정 상태나 판매 실적이 형편 없었습니다.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막걸리는 술맛이 좋아야 한다’는 기본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깨달았습니다. 그때부터 숱하게 술을 만들고, 또 내다버렸습니다. ‘마시기 편한 술’을 만들기 위해 제 욕심에 차지 않는 술은 가차없이 도랑에 갖다버렸습니다. 동네 어른들로부터는 ‘양조장 대표를 맡겨놨더니, 술을 팔지는 않고, 갖다 내버리기만 한다’는 핀잔도 많이 들었습니다. 금정 막걸리는 우선 희소성이 있습니다. 전통누룩을 쓰는 막걸리는 우리밖에 없습니다. 알코올 도수도 일반 막걸리 6도가 아닌, 8도로 차별화했습니다. 그래도, 소비자들이 우리 술을 알아주는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대표를 맡은지 10년 정도 지난 2008년쯤부터 매출이 본 궤도에 오르더군요.”

금정산성막걸리를 또 한번 전국에 알린 것은 그의 ‘식품 명인’ 지정이다. 유 대표는 2013년, 중앙정부로부터 막걸리 분야 최초의 식품명인으로 지정받았다. 지금도 ‘막걸리 명인’은 그가 유일하다. 금정산성 누룩의 과학적인 분석, 산성막걸리의 전통적인 제조방법에 대해 체계적인 연구를 오랫동안 해온 노력을 높이 평가받은 것이다. 당시 그의 나이 56세였다.

오랜 세월 막걸리를 만들어온 유 대표이지만, 그가 만든 막걸리에는 감미료가 소량 들어 있다. 대부분의 막걸리에 빠지지 않는 아스파탐이다. 전국 어느 양조장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전통 수제누룩을 쓰는 금정산성 막걸리에 굳이 감미료를 넣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 ‘무감미료 막걸리’는 왜 만들지 않는 걸까?

“우리는 감미료를 극소량만 쓴다. 우리는 밀누룩을 만들면서 발로 많이 밟는다. 많이 밟을수록 밀에 있는 전분의 양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 전분은 발효를 거쳐 당분이 되고, 다시 알코올로 바뀐다. 쌀의 전분뿐 아니라 누룩의 전분 역시 당으로 바뀐다. 그래서 우리 술의 전분, 결국 당분이 다른 술보다 결코 적지 않다. 오히려 더 많다. 입국을 쓰는 대부분의 양조장보다 투입하는 누룩 양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미료는 극소량을 사용해도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전혀 안쓰면? 알코올은 원래 쓴맛이다. 쓴맛을 상대하기에는 고두밥과 밀누룩 갖고도 부족하다. 알코올의 쓴맛이 강한 반면, 단맛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이다. 쓴 맛이 도드라지면 아무래도 소비자가 거부감이 있게 마련이다. 적당한 잔당이 있어야 마시기에 편하다. 더구나 금정산성막걸리가 다른 술보다 신맛이 또 강한 편이기도 하고. 이런 쓴맛, 신맛과 어울릴 단맛을 조금 더 내기 위해 약간의 감미료를 넣고 있다. 그게 첫번째 이유다.

두번째, 감미료를 어쩔 수 없이 넣는 이유는 가격, 대중성에 있다. 할머니들이 옛날에 집에서 막걸리 담글 때, 엿기름 쓰지 않느냐? 쌀, 보리를 삭혀서 정성 들여 엿기름을 만들어 이걸 갖고 막걸리를 만든다면, 막걸리 한병에 2만, 3만원 받아야 할 것이다. 지금도 시중에 2만원 넘는 막걸리 있지만, 내 생각은 2만~3만원 하는 막걸리는 일반 서민들은 못마신다. 이전에 고급 햅쌀 막걸리도 내보았지만, 사먹는 분들이 한정적이다. 가격이 비싸면 막걸리는 안 팔린다.”

유 대표는 부득이 감미료를 일부 사용하지만, 금정산성막걸리의 자랑은 누룩에 있다고 강조했다.

“금정산성막걸리는 대중막걸리 양조장 중 전통누룩을 쓰는 유일한 막걸리다. 만약 우리마저 가격이 부담돼 전통누룩을 쓰지 않는다면, 전통누룩 존재 자체가 없어질 지도 모른다. 우리가 전통누룩을 막걸리에 쓰는 이유는 전통누룩의 명맥을 이어가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니면 현실적으로 전통누룩을 지킬 수가 없다. 귀한 전통누룩을 쓰지만, 우리 막걸리 한 병은 2000원 안팎이다. 실제로 남는 게 거의 없다. 누룩의 대중화, 특히 전통누룩의 대중화를 위해서 하는 일이다. 전통누룩으로 막걸리 만드는 것도 아마 내가 마지막이 아닐까 한다. 그 다음은 없을 것이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입국 누룩을 사용하면 얼마든지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금정산성막걸리는 현재 3종이다. 주력 제품인 8도 막걸리가 곧 금정산성막걸리다. 일명 부산산성막걸리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대한민국 민속주 1호 막걸리다. 지금은 안동소주, 문배술, 전주이강주 등이 민속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들 술들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민속주로 지정된 술들이고, 금정산성막걸리의 민속주 지정은 훨씬 앞선다. 8도 금정산성막걸리는 ‘사나이들의 술’이다. 술 좀 마신다는 꾼들이 좋아하는 술이라고 할 수 있다. 특유의 산미와 누룩 향을 좋아하는 매니아들이 적지 않지만, 부담스럽다는 소비층이 더 많다. 특히, 젊은층, 여성들은 금정산성막걸리의 신맛과 높은 도수에 거부감이 적지 않다.

금정산성 막걸리 제품들. 왼쪽부터 금정산성 막걸리 8도, 순(6도), 청탁(5도). /박순욱 기자

금정산성 막걸리 제품들. 왼쪽부터 금정산성 막걸리 8도, 순(6도), 청탁(5도). /박순욱 기자 

그래서 내놓은 술이 알코올 도수 6도의 ‘금정산성막걸리 순’이다. 도수를 낮춘 라이트 버전으로 도수 낮은 술을 선호하는 현대 트렌드에 맞춘 술이다. 상대적으로 맛이 부드럽고 순하다.

작년 11월에는 더 순한 술이 나왔다. ‘금정산성막걸리 청탁’이다. 알코올 도수는 5도다. 지평막걸리와 같은 도수다. 유청길 대표의 아들인 유혜수 대리의 작품이다. 유 대표는 “대학에서 발효공학을 전공한 아들이 양조장에 입사해 양조를 하고 있는데, ‘더 순한 막걸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 청탁 막걸리를 출시했다”고 말했다. 가격은 금정산성막걸리보다 비싼 3000원. 부산가락농협의 황금쌀을 쓴다고 한다.

청탁 막걸리는 술 빚을 때 물을 다소 적게 넣는다. 습기는 곰팡이들이 자생하는데 좋은 조건이다. 곰팡이들이 물을 좋아한다. 그래서 신맛을 내는 곰팡이 균들이 좋아하는 환경을 의도적으로 적게 만들기 위해 물을 적게 타서 술을 만들었다. 하지만, 신맛이 강한 금정산성막걸리의 특징은 5도 금정산성막걸리 청탁에도 여전했다. 5도 청탁 막걸리 맛을 보니까, 그렇다는 얘기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계좌번호 안내 1712-09-000738-0 (유)금정산성토산주

금정산성막걸리 정보

회사명 _(유)금정산성토산주 | 대표이사 유청길 | 사업등록번호 621-81-06116 | 통신판매업번호 제2016-부산금정-0081호
주소 _부산광역시 금정구 금성동 554번지 전화번호 제1공장 051)517-0202 제2공장 051)583.9227 관리자이메일 xhtkswn@nate.com
부가통신사업신고번호 12345호
Copyright© sanmak. kr all rights reserved